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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 무엇이 다를까.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너무너무 궁금해. 그러다 곧 잠드는 편인데 그때는 텅 비어서 그냥 텅 빈 곳이 있고 그걸 다시 보는데, 그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사실 넓이를 가늠하는 건 불가능해. 그건 그냥 텅 빈 상태 자체야. 그래서 얼마든지 고독해도 좋고 얼마든지 웃어도 슬퍼도 상관이 없고 상관이라는 말도 상관없게 해.

단어가 단어로써 빙글뱅글 돌다 자기 자신을 집어삼키고 사라진다. 어떤 기분? 여기가 여전히 여기라는 기분. 무력감.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깐 하다 말지. 무력감은 착륙할 때 나는 먼지 같은 것이니까.

감각은 저마다 역사가 있어. 어떤 감각은 과거에 발생했던 비슷한 임계치의 충격을 찾게 만들더라. 지난 11월에 편두통이 꽤 심했는데. 가장 신기했던 편두통이 무엇일까 떠올렸어

2008년. 부천에서. 퇴근길. 1300번 버스. 왼쪽 시야. 흰 액체가. 위에서 아래로. 정류장 이름은 파라다이스 앞. 아직은 해가 예쁜 계절.

잘못 섞인 물감처럼 세상과 엉겨 붙어 뚝뚝 떨어졌는데 그건 마치 벽에 붙은 정액처럼 뚝 뚝. 조금 거북하게 흘러내렸지. 너무 신기해서 시력 검사하듯 오른쪽 눈을 가려도 보고 왼쪽 눈을 가리고 다른 세상이 동시에 보이는 걸 잠깐 즐겼는데 갑자기 호문쿨루스라는 만화책이 생각나네. 영화는 참 별로였어.

어쨌든 내 편두통이 아직은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 기뻤다네.

나는 늘 착륙 중인 것 같아. 부산하고 의욕 넘치지만 가장 텅 빈 마음으로. 아마 거꾸로 돌리면 꼭 출발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은데 이쪽도 텅 빈 것은 비슷할 것 같군.

무척 외롭고 슬플 때가 있어. 사실 최근엔 자주 그래.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면서도. 알면서도 라는 말은 오만한 말이라고 생각해. 라고 반대편의 내가 말한다.

잘 자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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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로소프트

아이를 재우고 간만에 블로그 타래를 열어본다. 이래저래 쓰다 만 이야기 뿐이군.

아이는 여전히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한다. 그는 마인크래프트 한국어 번역의 잘못된 점을 자주 하는 편인데 어디서 들은 소식인지 몰라도-아마 유튜브에서 들었겠지만- 마인크로소프트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돈이 없어 잘못 번역을 했다고 알고 있었다.

마인크로소프트라니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그래도 사실을 이야기 해야지. 마인크로소프트는 돈이 없거나 한국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올바른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것도 분명히했다. 오늘은 아이와 오랜만에 마크 야생 생활을 시작했는데 결과가 꽤 좋았다. 그간 크리에이티브 모드로 훈련 된 모습을 십분 발휘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뻤다.

아이가 내게 자주 사랑한다 말한다. 특히 자기 전에는 5분에 한 번씩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 뼈가 길어지고 털이 자라도 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나도 공유할 기회가 지금처럼 많았으면 좋겠다. 어떤 부분에서는 다르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다르겠지만 갈등이 생긴다 하더라도 지난한 그 과정을 바라보며 견디는 시간이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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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있기 - 3

한국에 돌아온 지 2주가 지났다. 3초 정도 평화롭고 3초 정도 우울하고 3초 정도 3초에 대해 생각한다. 프라하와 베를린의 술꾼 떠올린다. 마음을 굴린다. 또르르

너는 변방을 좋아하는 편입니까? 나는 공연장 구석에서 미러볼 보는 사람. 이어 플러그 꼽고 고백을 하거나.

싫은 사람은 여전히 싫고 좋은 사람은 더 좋아져 견디기 어렵고, 익숙함이 싫어 떠나고 또 익숙해지고

외국에서 무엇을 했나. 외로운 사람 많이 봤다. 이곳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내 외로움이 잠깐씩 소거됐다. 어떤 수학처럼 명쾌했다. 그것이 좋았다.

사람을 모으는 사람. 사람을 모으고 이곳 저곳에 버리는 사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베를린 작은 공연장에서 술을 마시다 좋은 집에 초대받아 입에다 코에다 폐에다 이것저것 쑤셔넣고 춤 추는 사람 바라보는 사람. 지붕 위에 앉아 태양을 보는 사람. 사다리를 배치하고 마음으로 우는 사람. 빌 프리셀 비판하는 사람. 짐승 좋아하는 사람. 한국에도 있는 사람.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것을 기념하는 사람.

작업 테이블은 떠나기 전에 이미 휘어있었다. 돌아오니 더 휘어있었다. 기분이 좋아 테이블을 치워버렸다.

나는 평평한 것이 휘어질 때까지 그것을 바라보는 편입니다. 너는 평평합니까?

밤새 걷고 또 걸었다. 음악 듣고 사진 찍고. 무섭기도 했고 아들이 좀 보고싶었다. 포스트 펑크에 대해 생각했고, 확신에 찬 사람은 무섭다고 다시 확신했다.

좋은 곡을 만들고싶다. 늘 그런 생각 한다. 네덜란드에서 육체가 감각을 가진 불길한 쇠파이프 같다고 생각했다. 그 통 속에서 텅 텅 텅 튕기는 탁구공같은 영혼.

무엇이든 상관없고 잘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떠난 곳에서 다시 떠나고 싶다고 빈정거리는 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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