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1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기억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 당시 내가 느꼈고 경험한 일을 차례로 이야기해보자. 그동안 과거에 대해 깊이 회고하지 못했다. 늘 도망 다녔기 때문에.
글을 다시 써보겠다고 나를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다음 단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마음은 무엇일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이 마음을 차곡차곡 정리해 상자에 담아 어딘가 보내지 않으면 내가 취약해지는 순간, 이 감정이 나를 다시 덮쳐올 것이다. 나는 그게 정말 두렵다. 좀 늘어지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끝까지 써보려 한다.
가능한 시간 순서대로 쓰자. 우리는 2019년 5월 9일에 이혼 여부를 논의하고 몇 주 후 법원에 갔다. 이혼을 논의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취약점을 수집하는 기계처럼 행동했다. 우리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짓이었다. 녹음기를 켜고 각자의 잘못을 토해내길 매의 눈으로 기다렸다. 빈정거림, 상처 주는 말들, 조롱에 이은 조롱에 이은 조롱
어쨌든 최종적으로 합의서를 만들고 그 문서를 들고 법원에 갔다. 법원의 명령으로 3개월의 숙려기간을 보내게 됐고 최종적으로 2019년 10월 21일 이혼했다.
법원에서 정해준 3개월간의 숙려기간은 육체적으로도 마음으로도 어려운 기간이었다. 당시 아내가 평일 일찍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근에 여유 있던 내가 목요일만 제외하고 유치원 등원/하원 시켰다. 회사 업무 퍼포먼스가 떨어질 것이 염려되어 팀장에게 적당히 사정을 설명했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이야기라 당황했을 텐데 챙겨준다는 느낌이 들었고 몹시 고마웠다.
주말에는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블럭을 가지고 놀다가 문득문득 올라오는 속상한 마음에 화장실 문을 닫고 변기를 부여잡고 울었다. 그런데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말끔한 척 밥을 먹이고 같이 목욕하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가 그랬다. 아빠가 엄마 때린 거지? 엄마가 그러던데
하늘이 무너졌다. 억울하기도 속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나에 대해 그런 기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 사실이 아니라고 아빠를 제발 믿어달라고 간절하게 몇 번이고 이야기를했다. 아이가 정말로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아빠를 믿는다고 말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때로는 차라리 그게 사실이었으면 어떻게든 사과를 하고 마음을 돌려보려 했을 것 같다.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과, 또 매일 주정 하는 사람과 더는 같이 지내기는 힘들다고 결정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나한테는 무엇보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2022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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